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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이 늘어난 나라에서, 여행은 오히려 느려졌다

2026 영국 — ETA·관광세, 그리고 슬로 트래블

핏트립 에디터 · 2026.06.13 · 최종 수정 2026.07.04

2026년 영국은 여행자에게 두 장의 청구서를 내밀었다. 하나는 입국 허가서(ETA), 하나는 관광세다. 그런데 그 마찰이 역설적으로 여행을 가장 느리고 또렷하게 만들었다.

출국 사흘 전, 첫 풍경은 휴대폰 화면이었다

2026년 2월 25일부터 영국은 한국을 포함한 비자 면제국 여행자에게 전자여행허가(ETA)를 의무화했다 사실. 'UK ETA' 앱으로 여권과 얼굴 사진을 등록하고 수수료를 결제하면 대부분 몇 분 내 승인되지만, 최대 영업일 3일이 걸릴 수 있어 출발 3일 전 신청이 권고된다 사실. 수수료는 2026년 4월 8일부로 £20으로 인상됐다 — GOV.UK 공식 사이트로 확인된 사실이다 사실. 한 번 승인되면 2년간 유효하다 사실.

별것 아닌 절차지만, 그 절차가 여행의 감각을 바꿨다. '그냥 비행기표만 끊으면 되던 나라'가, 입국 전 국가의 허락을 한 번 거쳐야 하는 나라가 됐다. 마찰이 하나 늘어난 것이다.

비행기 대신 야간열차를 고른 이유

런던 유스턴역에서 칼레도니안 슬리퍼에 올랐다. 런던에서 잠들어 스코틀랜드에서 깨는 150년 된 야간열차다. 2026년 이 노선은 30년 만에 버밍엄 정차를 추가하며 35개 이상의 스코틀랜드 목적지로 이어진다 사실. 비행기였다면 한 시간 반이면 끝났을 거리를 밤새 달리는 비효율. 그런데 그 비효율이 지금 유럽에서 '슬로 트래블'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팔리고 있다 사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에 지친 사람들이 이동 그 자체를 경험으로 되찾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추정.

여름 메뉴에는 〈아웃랜더〉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와 배우 샘 휴언의 위스키 '더 새서낙'이 오른다 사실. 흔들리는 식당칸의 한 잔은, 도착하기도 전에 여행이 시작됐다는 신호였다.

에든버러 — 5%의 세금을 내며 생각한 것

에든버러는 2026년 7월 24일부터 영국 최초의 법정 관광세(Visitor Levy)를 도입한다. 숙박비의 5%를 최초 5박까지, 부가세 적용 전 금액으로 부과한다 사실. 시 당국은 연간 최대 약 5,000만 파운드를 문화·유산·관광 관리에 재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사실. 런던·맨체스터·버밍엄도 저마다 다른 경로로 관광세를 추진 중이다 사실.

영수증의 5%를 보며, 나는 이것을 '바가지'로 읽어야 할지 '도시의 자기방어'로 읽어야 할지 고민했다. 핵심은 과잉관광이다. 관광객이 도시의 인프라와 주거를 압박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현상 추정. 무한정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라 비용을 동반하는 손님으로 대하기 시작한 이 도시가, 오히려 정직하게 느껴졌다.

마찰은 여행을 망치는가, 거르는가

입국 전 ETA, 체류 중 관광세. 표면적으로 둘은 여행을 번거롭고 비싸게 만든다. 여행 산업이 추구해 온 '마찰 제로'의 정반대다. 그런데 하이랜드를 느리게 통과하며 떠올린 가설은 이것이었다. 마찰은 여행의 적이 아니라 필터일 수 있다. 사흘 전 신청을 강제하는 절차는 충동적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으로 되돌리고, 5%의 세금은 도시를 일회용 배경으로 쓰는 대신 그 유지비에 잠깐 동참하게 만든다.

완고한 사실은 이것이다. 좋은 여행은 마찰이 없는 여행이 아니라, 마찰의 값을 치를 만한 여행이라는 것.

2026 영국 실용 정보

· ETA: 출발 최소 3일 전 'UK ETA' 앱 신청 권장, 2년 유효, 수수료 £20(2026.4.8 £16→£20 인상, gov.uk/eta 확인)
· 에든버러 관광세: 2026.7.24부터 숙박비 5%, 최초 5박 한도, 숙박비에만 부과
· 칼레도니안 슬리퍼: 런던·버밍엄 출발, 개인 캐빈은 성수기 조기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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