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걸을 때 눈을 어디에 두느냐가 이 동네의 절반을 좌우한다. 눈높이에는 카페가 있고, 그 위에는 유럽이 있다.
두 개의 유럽
로마의 건축은 포르피리아토 시기의 절충적 유럽 양식이 지배적이며, 크게 두 계열이 섞인다 사실. 하나는 신고전주의로, 이오니아식 기둥과 좌우대칭 파사드, 칸테라석으로 만든 정연한 정면이 특징이다 사실. 다른 하나는 아르누보로, 정교한 연철 난간과 꽃무늬 장식, 유기적인 곡선이 특징이다 사실. 돌의 질서와 쇠의 곡선이 한 거리에 나란히 선다.
수입된 카탈로그
2화에서 본 대로 로마는 유럽을 지향한 계획도시였다. 그래서 건축은 특정 지역의 토착 양식이 아니라, 여러 유럽 양식을 골라 겹친 카탈로그가 됐다 추정. 다다오청의 제옥이 부두 상업이라는 필요에서 나온 형태였다면, 로마의 파사드는 취향과 지위를 전시하는 표면이었다 추정. 같은 근대건축이라도 출발이 다르다.
읽는 요령
실전 요령은 다른 발굴지에서와 같다 — 고개를 드는 것이다. 1층의 카페나 상점 간판은 오늘의 용도를 말하고, 2층 이상의 연철 난간·꽃무늬·처마 장식은 이 건물이 지어진 시대를 말한다 추정. 그리고 이 파사드들이 왜 지금까지 남아 있는지는 4·5화에서 밝혀진다 — 그 답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지진과 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