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을지로에 온다면 시작점을 고민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마라. 사실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 하나면 이 동네의 핵심 네 곳이 전부 도보권 안에 들어온다. 90분 루트를 따라가면 된다.
출발: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
북쪽으로 걷기 시작하면 냄새가 달라진다. 커피보다 종이와 토너 냄새가 강해지면 인쇄골목이다. 열린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디자인→제판→인쇄→재단으로 이어지는 주문 하나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다. 1403년 주자소가 있던 자리에서 시작된 업종이다. 15분 정도 천천히 걷는다.
두 번째: 노가리 골목
사실 2022년 11월 야외 영업 허가가 취소됐다. 거리 파티 이미지는 접어두고 실내에 앉아서 노가리(건조 명태)와 생맥주를 주문하면 된다. 이게 이 골목의 공식 메뉴다. 을지OB베어는 2022년 건물 분쟁 끝에 폐업했다. 지배적 체인이 아닌 곳을 고르는 것도 이 골목의 다양성을 조금이나마 지지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 세운상가
계단을 올라 보행로에 서면 서울 구도심의 산업 축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추정 삼풍상가 인근 112m 구간은 2026년 7월 철거 예정이지만, 이 일정은 이미 몇 차례 미뤄진 전례가 있다. 걸을 수 있는 구간을 천천히 지나며 아래 전자상가도 훑어보자.
마지막: 조명거리
을지로3가~4가역 방향으로 이동하되 해가 질 때쯤 도착하는 게 좋다. 약 300개 조명 전문상가의 진열창은 낮에는 그냥 상가지만, 해가 지면 샹들리에·무대조명·LED 스트립이 뒤섞인 빛의 전시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