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큰웰의 1층 유리창들을 들여다보면 이 동네의 현재가 보인다 — 건축 모형, 마감재 샘플, 조명 쇼룸. 시계공의 동네는 지금 도면의 동네다.
물려받은 다락
오늘날 클러큰웰은 런던 건축·디자인 산업의 밀집 지구다 사실. "세계에서 건축가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문구가 홍보에 널리 쓰일 정도인데 사실, 이는 검증된 통계라기보다 마케팅 클레임으로 읽는 편이 정직하다 추정. 그러나 밀집 자체는 통계가 필요 없다 — 3화에서 본 시계공의 꼭대기 층들을 지금 설계 사무소들이 쓰고 있고, 빛을 향해 지어진 건물이 다시 빛을 쓰는 직업을 만난 셈이다.
5월의 전시장
이 층의 절정은 매년 5월의 클러큰웰 디자인 위크다. 지구 전체가 전시장이 되어 쇼룸과 창고, 평소 닫힌 공간까지 문을 연다 사실. 시기가 맞는 여행자에게는 이 동네를 읽는 최고의 입장권이다 추정. 시기가 안 맞아도 실망할 것 없다 — 거리에 면한 쇼룸들은 평소에도 열려 있고, 이 동네의 진짜 전시물은 어차피 거리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