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큰웰의 골목을 걸으며 건물 꼭대기를 올려다보면 유난히 큰 창들이 보인다. 쇼디치 푸르니에 스트리트에서 본 것과 같은 문법이다 — 빛이 필요한 손들이 지붕 밑으로 올라간 흔적이다.
분업의 골목
18~19세기 클러큰웰은 영국 시계 제조의 중심지였다 사실. 시계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탈진기 제작, 기어 가공, 문자반, 마감 같은 공정들이 골목 단위로 분업돼 있었고 사실, 시계공 곁에서 보석공·法랑공·조각공·총기공 같은 정밀 업종이 함께 자랐다 사실. 골목이 곧 공정이던 구조 — 을지로의 인쇄골목을 걸어 본 독자라면 이 문장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빛을 향한 수직 이동
정밀 작업의 연료는 빛이었다. 시계공과 보석공들은 자연광을 가장 오래 받는 건물 꼭대기 층에 작업장을 차렸다 사실. 위그노 직조공이 다락에 넓은 창을 낸 것(쇼디치 2화)과 같은 이유, 같은 구조다 — 업종은 달라도 장인의 물리학은 같다. 그 꼭대기 층들을 지금은 건축·디자인 사무소가 쓰고 있다는 사실(8화)은, 이 동네에서 가장 잘 지어진 농담처럼 들린다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