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북쪽으로 15분을 걸으면, 관광 지도가 대개 비워 두는 자리가 나온다. 골목은 조용하고, 건물 1층엔 건축 사무소의 모형이 진열돼 있고, 광장 이름엔 "그린"이 붙어 있는데 잔디는 없다. 클러큰웰이다.
런던의 작업실
이 동네의 정체는 손이다. 중세엔 수도원과 우물의 땅이었고, 18~19세기엔 시계공·보석공·인쇄공이 골목마다 작업장을 차린 런던 정밀 수공업의 수도였다 사실. 그리고 그 장인들의 자의식이 이 동네를 급진 사상의 본거지로 만들었다 — 레닌이 신문을 인쇄한 곳도 이 동네다(5화) 사실. 지금은 건축·디자인 사무소들이 옛 작업장 건물을 채우고 있다 사실. 업종은 바뀌었지만, "도면과 정밀함의 동네"라는 정체는 300년째 그대로다.
왜 반나절, 왜 평일인가
파링던 역에서 시작해 지구 전체를 걸어서 돌 수 있어 3~4시간 반나절 코스가 맞다 추정. 쇼디치·버몬지와 달리 이 동네의 리듬은 주말이 아니라 평일이다 — 사무실들이 돌아가는 낮, 특히 익스머스 마켓의 점심시간(7화)이 이 동네가 가장 살아 있는 시간이다 추정.